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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한계는 어디인가?
핀란드의 연구자인 주하 헤이칼라Julatekkala는 어떤 한계가 설정되고 나면 남녀 운동선수들의 발전은 지체된다고 믿는다. 이것은 기록의 개선이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현대 엘리트 스포츠의 기본 개념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1900년에 100미터 세계기록은 10.8초였다. 좀 더 정밀한 전자계시기를 사용한 2008년에는 9.58초였다. 같은 기간 동안 1만 미터의 세계기록은 31분 40초에서 26분22초 75로 단축되었다.
그 이유로는 좀 더 많은 양질의 훈련, 훌륭한 트랙 그리고 많은 나라가 보여준 달리기에 대한 관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에는 재능을 타고난 선수들이 육상계를 지배했고, 올림픽 우승자들조차 일주일에 기껏해야 한두 번 훈련했을 뿐이었다.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정상급 선수들은 국제 수준의 우수 선수들이 수행하는 통상적인 일주일 훈련량보다 더
많은 훈련량을 하루에 소화한다.
프랑스 국립 스포츠의학 연구소IRME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달리기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는 곧 세계 최고 기록의 한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1986년 이래로 스포츠의 여러 분야에서 세워진 3,263개의 기록들을 연구했고, 그 발전 그래프가 얼마나 평평해져가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20세기 말로 향해 가면서 기록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지자 기록이 깨지는 빈도는 낮아졌다. 그들은 수학적인 모델 기법을 이용하여 2027년 이후로는 육상에서 신기록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발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소수점 이하 세 자리까지 기록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 연구자들은 1896년 아테네에 모인 운동선수들은 자신들이 가진 신체 능력을 75퍼센트밖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오늘날의 정상급 선수들은 자기 능력의 99퍼센트 이상을 활용하고 있으며, 과학이 그 수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더 빨리 달리기 위해서, 합법적이건 불법적이건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방법과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다. 도핑, 즉
약물 복용은 세계기록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으로서, 향후의 발전은 약물 없이는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유전자를 선수에게 이식하는 이른바 유전자 도핑 같은 새로운 기법은 100미터 단거리 주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신체 구석구석에 산소를 전달하는 심장의 능력은 장거리 달리기의 중요한 요인이며, 그것 역시 도핑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운동 장비 분야의 변화가 달리기에서 기록 향상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여자 선수들의 일부 세계기록은 사실상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Florence Griffith-Joyner는 1988년에 100미터에서 10초 49의 기록을 세웠는데, 20여 년이 넘도록 이 기록에 근접한 선수조차 매우 드문 실정이다. 마리타 코흐 Marita Koch의 400미터 기록인 47초 60 역시 감히 건드릴 수 없어 보인다.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마이클 존슨Michael Johnson이 200미터에서 세운 19초 32의 기록이 한동안은 한계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그가 갖춘 실력과 기술은 제시 오언스와 비교될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에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Usain Bolt는 19초 30의 기록으로 존슨을 넘어섰으며, 현재는 19초 19의 새로운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IRMES의 연구자들은 미래의 세계기록 보유자들은 아프리카 출신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숨은 인재들을 발굴해서 제대로 훈련시키고, 국제 무대에서 뛰게 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 가능성이 아직도 풍부한 곳이다.
남극에서 사하라까지
1980년대 이래로 울트라마라톤이나 극한 달리기 대회의 개최가 세계 곳곳에서 무척 빈번해지고 있다. 조깅 붐에 뒤이어, 주자들과 대회 주최자들은 새롭고 완전히 압도적인 도전을 추구해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스팔트와 매연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환경에서 달려보고 싶어 한다.
깎아지른 절벽도 괜찮다. 어쨌든 달릴 수만 있다면 말이다. 가장 오래된 모험 달리기 시합 중 하나인 네팔의 에베레스트 마라톤은 1987년 2명의 영국인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들은 두 해 전에 에베레스트의 주요 등산로를 따라 달리는 즉흥 경주 대회를 개최한 바 있었다.
경주는 해발 5,184 미터 지점에서 시작해 해발 3,346미터 지점에서 끝난다. 우선 출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대회 참가자들은 무리를 지어 16일 동안을 걸어 올라간다. 오지 원정을 연상케 하는 이 경주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75명의 주자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10명의 네팔인들이 동행한다.
원정의 개념은 세계적으로 성장세에 있는 다른 수많은 극한 경주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취미 생활을 위해 많은 시간과 물자를 써가며 이런 대회들을 찾아 전 세계를 전에 없이 자주 누비고 다닌다. 극한 달리기와 관광 여행에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한 달리기의 주지는 수동적인 관광객보다는 더 많은 것을 성취한다.
그는 신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며, 일정한 거리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자신의 신체적 자원에 의존하여 자연과 지형에 맞서 싸우는 의지를 시험할 수 있다. 그는 그저 낯선 나라를 찾아온 게으른 손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 방문을 통해 얻어 가는 것이 더 많다고 느낀다.
2003년에 2명의 영국인 레프 파인즈Ranulph Fiennes와 마이크 스트라우드Mike Stroud는 7×7×7 챌린지를 개최했다. 7일 동안 7개 대륙에서 7번 마라톤을 달리는 이 대회는 정교한 이동 계획과 상당한 여행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경주였다. 이런 대회를 개최한 사람들이 정복의 전통을 자랑스러워하는 영국인이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의 수집이다. 사람들은 마라톤을 가장 많이 완주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혹은 1년 안에 가장 많이 완주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혹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완주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등의 목적으로 시합에 나선다. 한계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그들 자신의 상상이 빚어낸 산물일 뿐이다. 주자들과 원정대원들은 남극 마라톤이나 북극 마라톤처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한다. 그런 마라톤에 출전한 사람들은 땅날림눈(지표에 쌓인 눈이 아주 낮은 고도로 날아오르는 현상-옮긴이)에 대비해 작은 눈신 발을 신으라는 권고를 듣는다.
인도의 구루인 스리 친모 Sri Chinmoy는 종교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의 울트라마라톤 주자였다. 1977년부터 그는 미국의 대중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들 가운데 하나로 달리기를 통한 구원을 권유했다. 그는 누워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보통의 행자들과는 달리, 운동을 진언으로 삼은 체구 건장한 구루였다.
친모이는 그리스와 인도의 철학에서 지혜의 정수를 끄집어내서, 조화에 기반을 둔 세계관을 설교했다. 여기서 말하는 조화란 튼튼한 신체 교육과 건강한 내면의 삶을 통해 성취되는 것이다. 1990년대에 지나친 달리기로 인해 부상을 입자 그는 역도를 시작했다. 그의 추종자들은 단거리 경주에서부터 세계 최장거리 연례 경주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뉴욕에서 자기초월 경주self-Transcendence Race라는 명칭으로 개최되는 이 최장거리 경주는 정해진 코스를 모두 5,649 바퀴 돌아서 총 3,100마일을 달리게 되어 있다. 친모이의 관점에 의하면 이런식의 극한의 시험은 특별히 가치 있는 통찰들로 이어진다.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 마라톤Marathon des Sable은 사막 달리기의 고전으로서, 1986년에 23명의 주자들이 240킬로미터를 완주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주자들이 사하라의 모래 언덕에서보다 더 심각한 부상과 물집에 시달리게 되는 곳은 지구상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주자들이 하루에 몇 리터의 땀을 흘리게 되는 곳도 여기 말고 찾아보기 어렵다.
마르고 창백하지만 활력이 넘쳐 보이는 사람들이 텐트를 쳐서 만든 임시 숙소에서 나와 여섯 구간으로 나누어진 경주에 다시 참가하기 위해 무리지어 출발하는 광경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들은 등에 배낭을 지고, 머리는 천으로 덮은 채 머나먼 목표지점을 향해 발을 옮긴다.
그것은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모습이며, 자연에 대한 경험이자, 자기 자신에 관해 배울 수 있는 뜨겁고 땀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모로코인들이 이 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곳 현지 사람들이 이 대회를 창시한 것은 물론 아니다. 사막 경주는 도시에 사는 백인들의 발명품이다. 일상의 삶을 컴퓨터 스크린 앞에서 보내거나
휴대전화를 들고 보내는 프랑스인들이 그들의 모험심과 성취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해방구로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찾았던 것이다. 이 대회가 처음 출범했을 때만 해도 2005년경에 이르러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766명의 선수들이 참가하게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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