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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이후 레반트 지역에서의 수렵 채집 생활

빙하시대 초기는 근동아시아에서 석기시대로 명명된다. 이 시기동안 자연환경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플라이스토세에서 홀로세까지 지질학적이고 문화역사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플라이스토세 말기쯤에 극지방의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녹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해수면이 상승했고 인간 생활 환경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에 있었던 베링 육교는 다시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고 같은 시기에 호르무즈섬 서쪽에서는 육지였던 곳에 물이 차면서 페르시아만이 생성되었다. 이러한
엄청난 해수면 변화는 수분 증발을 강화시켰고 그 결과 강수량이 증가했다. 

 

최소한 기원전 9600년 이후부터는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습도가 높아졌다. 이런 변화로 인해 동물상과 식물상 발달이 촉진되어 인간에게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유라시아에서는 빙하기 시대에 거대한 툰드라였던 지역이 계속해서 숲 지대로 변해갔다.

 

유라시아 저지대의 경계 지대, 특히 토로스산맥과 자그로스산맥에 이어지는 언덕 지대에서는 홀로세 초기에 증가한 강수량으로 인해 야생 곡물이 자리는 초원 지대가 형성되었다. 기온은 상승했고 식물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겨울비가 내렸다. 그 결과 유프라테스와 티크리스 강변에 울창한 식물계가 형성되었다. 예전에 건조하기만 했던 땅이 이제는 식량을 넘치도록 제공했다. 계곡 범람원에 빽빽한 숲이 형성되어 오록스유럽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 각지에 살았던 소의 일종. 17세기에 멸종했다. 사슴, 멧돼지들이 서식 했다. 

 

토로스산맥과 자그로스산맥에 이어지는 언덕 지대와 아라비아 사막이 시작되는 지역에서는 드문드문 수풀이 자라는 사바나와 유사한 환경이 형성되어 가젤과 야생 당나귀가 서식했다. 당시 아직 수렵 채집을 하며 살고 있던 사람들은 사냥감을 풍족하게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지역에는 다양한 식용 식물이 서식했다. 사람들은 아몬드, 피스타치오, 견과류, 완두콩, 렌틸콩, 병아리콩이 자라는 곳에서 이를 채집해 식량으로 삼았다. 물론 야생 형태의 곡물은 재배종만큼 소출량이 많은 건 아니었다. 

 

메소포타미아 북부는 이렇듯 풍부한 식량 자원을 제공했고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식량 획득 전략을 최적화해왔던 수렵 채집 생활자들이 장기간 한곳에 정주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했다. 수렵 채집을 위한 이동은 줄어들었고 활동 지역 범위도 현저히 축소되었다. 이는 정착생활로 향하는 매우 중요한 일보였다. 특기할 것은 이러한 발전이 일명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파라다이스에 가까운 환경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아랍반도의 사막 지대 북쪽에 위치한 반원 모양의 땅으로, 농경생활이 시작된 발원지로 간주된다. 레반트 해안 지방과 근방의 내륙 지역에서는 약 기원전 1만2000년에서 기원전 9500년 사이에 아석기시대 나투프 문화가 퍼져 있었다.

 

이 문화는 서남아시아 고대사에서 전환점으로 간주된다. 나투프 문화는 최후 빙하시대 마지막 간빙기인 알레뢰드 간빙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이때 근동아시아에서는 온난 습윤한 기후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생활, 경제, 문화 환경의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투프 문화는 시나이반도 북부에서부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까지 펼쳐져 있었으며 시리아 방향, 나아가 동북쪽의 유프라테스 지역까지도 닿아 있었다. 기후 조건이 좋아짐에 따라 시리아-아랍 사막 변방 같은 곳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엔 이런 지역에 장기적으로 머무는 것이 불가능했다. 나투프 문화는 주거지와 원시 가옥을 갖추고 있었고, 규석, 암석, 뼈, 기타 재료로 만든 도구와 식물성 및 (아직 야생동물의 가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의) 동물성 식량 잔해, 구체적 형상의 미술, 그리고 다양한 부장품이 함께 매장된 무덤이 등장한다. 즉 이때 나투프 문화에는 이미 그 이후 전성기 신석기시대 공동체(즉, 정착생활을 하게 된 시기)에서 볼 수 있는 주요 구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나투프 문화 시기의 인류는 구석기시대의 생활 습속에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생존과 공존 형태를 향해 유의미한 걸음을 내딛었다.


나투프 문화인은 대개 사냥과 채집 생활을 했지만 한곳에 비교적 오랫 동안 정주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주거의 잔해가 있는 동굴과 바위 굴 외에도, 여러 노천 주거지가 발견되었다. 노천 주거지 중에는 다른 곳 보다 더 오래 이용한 흔적이 발견되는 몇 군데가 있었는데, 겨울에만 사용했던 베이스캠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 야영지는 떡갈나무 숲과
피스타치오나무 숲 지역이나 식량 자원이 풍부한 초원 지대에 위치해 있었다. 

 

이 밖에도 특정한 시기에 찾았던 일명 경계지역 야영지도 발견되는 데, 높은 산맥이나 시리아-아랍 사막 주변부에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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